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산재가 될 수 있을까? – B형 간염과 업무상 과로의 인과관계 판례 분석

2025. 7. 16. 10:40산업재해보상

서론: 기저질환이 있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많은 근로자들이 “기존 질병이 있으니 산재로 인정되기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산재 신청을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을 악화시킨 경우 산재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B형 간염 보유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간암으로 사망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이 판례는 기존 질병이 있더라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질병과 업무상 과로 사이의 인과관계

사건 개요: B형 간염 보유 근로자의 간암 사망

망인은 방송국에서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중, 1994년에 B형 간염 보균자임을 진단받았습니다.
이후 인력 충원 없이 혼자서 업무를 도맡아 하였고, 1995년부터는 새로운 장비 도입에 따른 고강도 학습과 운영 부담까지 겹쳤습니다.

1997년 10월, 망인은 원발성 간암 진단을 받았고, 1998년 명예퇴직 이후 같은 해 7월 사망하게 됩니다.
유족은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 주장하며 유족급여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산재로 인정하였습니다.

 

법적 쟁점: 기존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는 어떻게 판단하나?

당시 적용되던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는 업무상 재해를 “근로자의 업무 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질병의 주된 원인이 업무가 아니더라도, 업무가 질병을 악화시킨 경우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확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제반 사정상 상당한 인과관계가 추정되면 입증이 있다고 본다.
  • 기초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면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된다.

 

대법원 판단: 망인은 과중한 업무로 간질환이 악화되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로 인과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법원 2001. 7. 27. 선고 2000두4538 판결

  • 1994년 B형 간염 진단 이후에도 인력 없이 고강도 업무를 지속해 왔다.
  • 신기술 도입에 따른 반복된 학습과 스트레스가 있었다.
  • 퇴직 전까지 과중한 업무 환경이 지속되며 간질환이 악화되었고, 이는 질병의 자연적 경과보다 빠른 진행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 사망 원인인 간암은 이러한 업무적 과중 상태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

이 판례가 시사하는 바 – 기저질환 있어도 포기하지 마세요

기존 질병이 있었더라도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기존 질환 있음업무 악화 영향 있음산재 인정 여부
O X 인정 불가
O O 인정 가능
X O 인정 가능
X X 인정 가능
 

중요한 것은, 질병 자체의 기원보다 업무로 인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입니다.
과로, 스트레스, 인력 부족 등 업무적 부담이 질병을 촉진하거나 악화시킨 경우에는
기존 질병과 관계없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산재 신청 시 유의할 점

산재 신청을 준비할 때 다음과 같은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 의사의 소견서에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언급되어야 합니다.
  • 업무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서와 과로 사실 입증이 필요합니다.
  • 진단서, 입원기록, 퇴직사유서, 동료 진술 등 다양한 자료가 유용합니다.
  • 유족 신청 시에는 사망 전후의 병력과 업무 기록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 필요하다면 산재 전문 노무사나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근로자의 상태에 따라 판단된다

대법원은 명확하게 판시하였습니다.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평균적인 기준이 아닌, 해당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즉, 어떤 근로자에게는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다른 근로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고,
이러한 개별성은 법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B형 간염, 당뇨, 심장질환 등 기존 질병이 있는 근로자라 하더라도
업무상 원인으로 인해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 또는 장해에 이른 경우,
정당한 절차와 자료로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자료를 수집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정식으로 신청해 보세요.
적극적인 대응이 결국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